(中)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d 제주 :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인데, 운영 기간 동안 흘러나왔던 음악 선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선정한 음악 중에 잘 골랐다, 여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 하는 곡이 있다면.
프릳츠 : 음악 선정을 했던 방식은 두 가지인데 기본적으로 프릳츠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까 한국 곡들로 골라봤고 그중에서도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 구성원이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선정했어요. 사실 음악은 저희한테 노동요 개념이었어요.
보통 매장에서는, 물론 저희도 그렇지만 가사가 없고 본인들의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을 틀어요. 백그라운드 뮤직으로서 가사의 귀를 기울이거나 이쪽에 집중을 뺏기지 않고 오신 분들의 시간을 잘 보내실 수 있는 형태의 음악을 많이 고릅니다.
여기는 팝업 공간이고 저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드려도 될 것 같고 저희를 보러 오셨다는 느낌이 좀 더 있어서, 오신 분들의 대화보다는 저희를 느끼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저희 색깔을 좀 더 보여드릴 수 있는 음악들을 선정했어요. 그래서 나오는 음악들이 바리스타분들이 따라 부를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들었거나 익숙한 노래들을 틀고 싶었어요. 일할 때 좀 힘이 나고 에너지도 얻을 수 있으면서 리프레시를 계속 할 수 있는 음악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그런 플레이리스트가 나온겁니다.
그리고 어떤 특정한 음악이 잘 어울렸다기보다는 모든 게 다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요? 플레이리스트가 자연스럽게 공간과 어우러진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2층 스토어나 1층 식당이 평소에 음악을 틀지 않으니까 폐가 될까봐 사실 좀 걱정이었어요. 서로 소란스럽게 느끼실 수 있으니까.
d 제주 : 아, 저는 오히려 그 부분이 d news를 하면서 하나의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제가 2층 스토어에서 상주하면서 일하는 게 아니니까 스태프들에게 물어는 봤죠. 저희 스태프들이 진짜 프릳츠를 좋아해요. 프릳츠가 골라주시는 음악 다 좋죠, 이렇게 말하니까 뭐 논쟁거리도 아니었어요.
프릳츠 : 다행입니다.
d 제주 : 많이 들어보셨던 질문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궁금한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바리스타란?
프릳츠 : 저희도 기술자로서 바라보는 바리스타가 있는데요. 제가 한 이야기는 아니고 지금 제주도에 ‘커피템플’이라고 있어요. 김사홍 대표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그분이 해주셨던 이야기에요. 바리스타는 계주 있잖아요, 릴레이. ‘계주의 마지막 주자같은 사람이다.’ 최종 주자인 손님에게 바톤을 건네는. 산지의 농부부터 시작되는 이 하이퀄리티의 커피 체인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라고 설명을 하셨어요. 마지막 주자가 훌륭한 결과물을 건네야 앞에서 고생하셨던 많은 분들과 그리고 바리스타 스스로의 노력을 온전히 전해드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엄청 동의해요.
그래서 앞선 생산자분들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산자로서의 높은 수준을 전달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주자, 마지막으로 표현해드릴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것들을 그 기쁨을 온전히 전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d 제주 : 캬, 정말 멋지네요. 같은 카테고리인데 좋은 커피란?
프릳츠 : 고민도 사실 많은데요. 예전에는 저 나름대로 정의가 있긴 했는데 지금은 사실 좋고 나쁨은 나누지 않는 커피가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한테도 옳은 커피가 있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지고 이렇게 되야 훌륭한 커피고 다른 것은 틀린 커피다, 하는 개념이.
참 오만한 개념이 저한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람마다 삶의 가치는 다양하고 커피에서 누리는, 커피에서 얻으실 수 있는 기쁨도 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특정하게 재단하지 않고 그냥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나누지 않는 커피가 저는 이제 좋은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d 제주 : ‘커피탐구생활’에서도 S사의 커피도 충분히 좋은 커피라고 말씀하셨죠.
프릳츠 : 아, 충분히 감사한 선배라고 생각합니다.
d 제주 : 커피 산업계 중요한 선수 중에 한 명이다,라고 표현한 것도 상당히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어떤 쪽에서 좀 배타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모습 때문에 프릳츠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친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정말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프릳츠 : 별말씀을요.
d 제주 : 제주도에서 커피를 내리고 운영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금 쉽게 오픈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물론 계기는 그렇게 되지만 일을 하면서 소명감이 생기니까 하다보면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 지역성과 그런 것을 생각하잖아요? 제주에서 카페 창업을 하고 커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분이 지역성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 했을 때 그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역다운 커피를 만든다는 것에 있어서 차별성을 가지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같은 것들이나.
프릳츠 : 저는 지역성이라는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개개인의 합이 무언가의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그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본인이 구현해내고 싶은 개인의 가치를 잘 구현하다 보면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그곳의 지역성이 되고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끼실 거라고 믿어요. 본인이 믿고 있는 가치를 잘 구현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d 제주 : 대표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제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한테 가장 큰 것은 저를 받아들였다는 것이에요. 그동안 ‘일’이라는 것은 약간 경계를 두어야 한다, 공과 사의 구분이라는 것 있잖아요? 그렇게 했는데 그냥 지금은 시간이 소중한 것 같아요.
일할 때조차도 행복하고 싶고 일할 때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그것을 저 스스로 혼자 괴롭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객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으니까, 사업에 대한 것은 객관적이어야 하니까 제 것을 밀어내며 스스로 괴로워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 이런 고민들이 좀 정리가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제가 정말 커피를 좋아하고 제가 커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약간 경험하는 걸 좋아하니까.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은 좋은 커피, 많은 커피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제주도의 좋은 로스터리와 새로운 분들, 정말 그런 개성이 있는 것. 물론 d라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이곳의 오너는 이런 사람일 거야,라는 게 예측이 되는 공간들로 만들고 싶었어요. 지역은 결국 저 스스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을 정말 공감합니다.
프릳츠 : 저도 감귤이 제주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루방이 제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하루방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제주 지역의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있었을 테고 그 생활 양식은 환경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거고 또 개개인의 개성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거니 그게 모여 특정한 무언가가 발현되는 것이라고 믿어요.
각자가 제주다움을 고민하기보다 자기다움을 고민하다 보면 그게 자연스럽게 매력 있는 무언가로 드러날 거고 매력 있는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그게 사람들이 제주에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지역성이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억지로 지역성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d 제주 : 너무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정말 많이 배우네요. 그리고 d news를 경험하고 나서, 제주에 오시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혹시 뭐가 있을까요?
프릳츠 : 가장 큰 것은 저한테 이야기해주신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표현 하셨잖아요? 물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긴 했지만 일상을 보내는 데에 있어서 정말 천천히 가는 저녁 시간 같은 것을 경험했고 거기서 주는 사람에 대한 여유 같은 게 제주에는 존재하는 것 같고 환경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여기가 갖고 있는 고유한 환경들, 저녁에 고요하다고 할까요? 차분하다고 할까요? 그런 분위기가 주는 느낌들이 제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습니다.
또, 제주 음식 맛있더라고요. 정말 기분 좋고.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여기서 많은 분들을 만났어요.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닌데 우연찮게 서울에 있는 단골 손님이 오시기도 하고 저희 팝업 한 달 하는데 하루 건너 하루 오실 정도로 단골 분도 생기고. 특히 d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스태프와 포터블, 프라이탁, 크림, 맥파이, ABC… 뭔가 마을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침마다 송성만 이사님이 오시면 커피를 만들어 나눠드렸거든요. 오전에 인사 나누고 오늘도 또 가실 때 다 돌면서 인사하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이 기억에 남아요. 꼭 제가 안 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 동료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하는 것들이 여기가 갖고 있는 매력인 것 같아요. 그런 곳에 정말 매력있고 좋으신 분들이 와 계신 것 같아요.
d 제주 : 저도 물론 d news라는 큰 이슈도 있었지만 그냥 직원들이 좋아해서 저도 그냥 좋아요. 프릳츠 가면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 좋고요. 저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챙길 수밖에 없으니 정말 좋더라고요. 다들 정말 아쉽다고, 너무 정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프릳츠 :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제일 오래 근무한 엄효정 바리스타가 한 이야기가, 어제 짐 정리를 하면서, 꼭 이사가는 것 같다는 거예요 기분이.
d 제주 : 정말 좋네요. 저는 정말 이런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이 그 중심에 있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 특히 시트콤 같은 것을 보면 마지막에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같이 생활을 공유하면서 이별한다는 것은 슬프지만 이별을 할 때 그 슬픈 감정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좋은 것들이 있었으니까 아쉬운 거잖아요. 아쉬움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과정에서 그만큼 채워졌기 때문에 아쉬움과 동시에 좋은 추억을 드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d news를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또 한 달간 본업에서 나와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잘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대표님이 흔쾌히 좋다고 해주시고 계시는 동안 저희가 마을의 구성원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아서 대표님 포함해서 바리스타분들이 같이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프릳츠 : 앞으로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d 제주 : 정말 아쉽고, 또 정말 감사드립니다.
프릳츠 : 감사합니다.
-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편집으로 전합니다.
정확한 틀도 없고 디렉션도 없는 상황에서 디앤디파트먼트 최초의 d news를 멋지게 운영해주신 프릳츠 커피 컴퍼니 김병기 대표님 이하 바리스타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완벽하지 않은 d news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찾아주신 회원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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