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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점 소식] 나가사카 조 대담회


d JEJU - 2022년 7월 8일 - 0 comments

올해 5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 (이하 d 제주점) 에는 아주 반가운 동료가 방문해 주셨습니다. d 제주점의 건축을 담당한 <스키마타 건축계획>의 대표인 나가사카 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자, 그 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곳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짧은 일정으로 제주 그리고 d 제주점을 찾아주셨습니다. 

짧은 일정동안 d 제주점은 물론, 오픈 전과는 크게 달라진 주변을 둘러보고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동료들과 인사와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바쁜 스케줄 중에도 d 제주점 스태프들과의 대담회를 통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듣고 싶었던 이야기 등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나누었던 이야기를 회원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d 제주점 : d 제주점을 작업하시면서 어떠셨는지,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나가사카 : 나가오카겐메이 (이하 나가오카) 와의 일은 제주점이 처음이었습니다. 나가오카와는 안면이 있었으나 일은 처음이라, ‘나가오카’라는 사람을 이해하기까지가 어려웠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저의 생각보다는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제주도와 d, 아라리오 등을 먼저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처음 이 곳에 왔을때는 사람이 너무 없어 놀랐고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이마트 안에 사람이 다 있었습니다. 아, 목적지가 있고 차로 이동해서 그 장소만 오가는건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사람을 오게 해야지 하는 긴장감은 있었으나 그걸 우선시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성향을 이해하고자 했고, 그렇게 만들었더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프라이탁, 포터블, 크림의 건축도 맡게 되서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 빨강으로 칠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도 했었습니다(웃음). 그러던 중에 현재 한류로 꽤 유행인 신오쿠보에서 어떤 학생이 과제 발표를 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개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부분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내부가 이어지는 것으로 관계성을 드러내려고 했고, 길을 걸어다니다가 골목에 접어들어 만날 수 있는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신오쿠보를 걷다보면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골목을 접어들어가야 보이는 식당이나 가게들이 꽤 흥미롭게 느껴지면서 ‘보이지 않는 개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는 좀 더 편하게 외부보다 내부 설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여러 건물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식물이나 팔레트 등으로 이어지는 관계성을 생각했습니다.

d 제주점 : 무엇보다 d room의 공간이 특이한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하고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나가사카 : 보통 호텔은 중간에 복도가 있어 버려지는 공간이 없는데 d room의 경우 호텔을 위해 지어진 건물도 아니고 길지 않은 사각형이기에 외곽으로 방을 만들고 중간에 공용부가 있는 형태로 되었습니다. 나가오카는 창문이 열리지 않는 호텔을 싫어해서 다 열리는 창문으로 설계를 요청했는데, 조금 춥더라도 문을 열고 술을 한 잔 한다든가 하는 것을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트너와 함께 숙박하는 경우 혹시라도 추위를 많이 타서 문 여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침실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그리하여 제 각각의 취향이 조금씩 만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호텔이지만 상점이기도 한 부분이 이 프로젝트의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객실의 구성품들은 모두 상품이 되고 무언가를 손님이 구매하면 다른 물건으로 대체되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을 만드는 마음으로 설계했습니다. 

또한, d news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d design travel을 통해 실제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d design travel 제작을 위해서는 한 지역에 모여 다같이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워크숍을 하면서 저녁에는 다 같이 술 한 잔을 하고 그대로 근처 비지니스 호텔로 돌아가는게 아쉬웠는데, d news가 있으면 사람들과 계속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기도 하고 지역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아주 작은 스케치를 나가오카에게 받고 나서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개념을 잡아나갔습니다. 나가오카조차 당시에는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았고, 이야기를 하면서 형태를 잡아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호텔도 해본적 없고, 제주라는 곳이 생소한 지역이기도하고, 호텔과 뭐가 다른지부터 알아가야하는 과정이었지만 mmmg, 나가오카, 이각 건설 등 다 같이 합심해서 만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d 제주점 :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d room인가요?

나가사카 : (잠시 고민 후) d room과 d news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지만.. 음.. 역시 나가오카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라 많이 이야기를 나눠도 알면 알수록 감각적으로도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오픈 직전에 코로나가 터진 것. 그 전에는 힘들어도 같이 해나갈 수 있었지만 코로나는 바로 단절로 이어졌고 그것이 가장 큰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만들면서도 직접 보지 못하고 영상으로 전달받는다는게 처음이라 이런 방식은 당황스럽고 쉽지 않아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그래도 d 제주점은 과정을 계속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d 제주점 : 추후 일본에 d room 을 설계하신다면 현재의 d room과 비슷하게 할건지, 아니면 다르게 하실건지요?

나가사카 : 그것은 나가오카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을 열고 싶어도 열지 못하는 건물일수도 있고, 외부적 여건이나 건물의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은 나가오카의 생각을 먼저 듣는 것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방 가운데에 욕조가 있는 변형된 디자인 호텔이나 공간이 부족해 화장실과 욕실이 붙어 있는 호텔 등이 있지만, 오히려 나가오카는 그런 것을 싫어합니다. 화장실과 욕실은 구분되어 있고 욕조는 반드시 욕실에 있어야 한다는 등 꽤 스탠다드한 취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베란다가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생각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공간이 확보되어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겠지만요.

이 건물에는 베란다가 없었습니다. 만약 베란다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었다면 만들었을 것입니다. 건물 구조상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파가 있는 부분이 베란다의 역할을 하고 블라인드가 방과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라인드 안쪽은 방, 소파가 있는 바깥쪽은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쐴 수 있는 베란다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공간 확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가오카가 원래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 환경의 조건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같은 구조의 방은 없고, 이번에는 여기 다음에는 저기에 묵어 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생기고, 다른 지역에 생긴다면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d 제주점 : 건물을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숙박 시설을 만들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나가사카 : d room의 벽을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이유는 역시 반은 옥외이기 때문입니다. 베란다는 없지만 나가오카의 컨셉에 따라 베란다의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고, 그 안쪽으로 욕실이나 침실이 있는 것입니다.

숙박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태프 개개인의 대응, 물론 예상밖의 상황들도 많이 있고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같은 룰도 있겠지만 스태프의 대응에 따라 기분 좋게 그 곳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지는 것이고, 학교의 규칙이나 교통 법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역시 스태프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가오카의 철학이 중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욕실, 화장실 같은 정말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이 곳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컨셉이 명확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건축에 어떻게 반영할까하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d 제주점 : 2년만에 오셨는데, 아 여기는 잘만들었네 라고 느낀 곳이 있나요?

나가사카 : 역시 분위기입니다. 딱 들어왔을때 공간적인 여유와 풍요로움이 있어 더 편안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실제 운영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 객실을 잠깐 봤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외국인들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 제주점 : d 제주점의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가사카 : 역시 두 개의 건물이 붙어있는 것일까요. 건물 사이에 단차가 있거나 파도식물의 틈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에는 지진 등의 자연 재해로 인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해서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신선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건물 내의 변화들이 포인트이고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라리오의 ‘보이지 않는 개발’의 컨셉, ‘이 지역에 대한 테마’에 의해 어떻게 변해갈까 하는 것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또한, d room에서 프라이탁이 보이는 것이나 아라리오 뮤지엄의 빨간색이 반사되어 방이 빨갛게 보이는 것 등은 어떻게 보면 부정적일 수 있지만 원래 있던 장소들의 요소를 이용하여 공존하는 기분이 들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연결고리들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d 제주점 : 이곳에 방문하는 분들은 처음에 1층 식당문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특별히 신경 쓰신 것이 있나요?

나가사카 : 역시 끝까지 걱정이었던 건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라는 것이었고, 사람이 없는 것이 큰 유리창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가구와 식물의 요소들을 잘 배치해 적은 인원이 앉아있더라도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파도식물이 굉장합니다. 식물의 존재가 웰컴의 느낌을 주고 사람이 들어오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많은 건축가를 만났지만 이렇게 호기심이 많고 클라이언트를 이해하려고 하는 건축가는 처음이었다는 김지완 대표의 코멘트로 짧지만 알찬 나가사카 조와의 대담회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언젠가 d room 공용부에서 회원 여러분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들로 채워나갈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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